나르시시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람은 굉장히 매력적이다'라고 느낀다. 그들은 자기 표현에 능하고, 타인을 사로잡을 줄 안다. 얼마전에 만나게 된 그녀도 그랬다. 똑똑해 보였고, 계획적으로 보였으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일적으로 그녀를 마주하게 된 나에게 그녀는 연신 감사인사를 하고, 매너있게 행동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그녀를 좋게 평가했었다. 그녀는 명확하고, 단호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지닌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항상 매력적이다
처음 봤을 때, 그녀는 말 그대로 '타고난 리더'처럼 보였다. 또렷한 말투, 패션센스, 명확한 목표 의식,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 자랑하고 확신을 주려는 태도를 보고 있으면 그녀를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정리해둔 자료를 보자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으며, 체계가 잡히지 않은 환경에서도 노력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함께 업무를 하면서부터는 달라졌다. 그렇게 확신에 찬 말투와 달리 프로젝트의 결과는 매끄럽지 않았다. 기획안은 사용자 경험보다 '자기 논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 기획안에 따라 개발된 내용에 이해 관계자들의 실질적인 니즈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이야기는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실무자인 이해관계자들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았으니, 그녀가 만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업무프로세스가 하나 늘어서 불편함을 초래하게 되었고 결국 실무자들은 쓰지 않게 된 것이다. 기획자로서 이것은 반성해야 할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반응은 나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은 항상 딴지를 거는 사람이에요"
"왜 그때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이러는거야. 요즘 할짓 없어서 그래요."
"그 사람에게 뭔가 다른 일을 줘야할 것 같아요."
사실 그녀가 만든 결과물을 보면 정말로 그런생각이 든다. 저걸 어떻게 쓰라는건지.. 기본적인 실무담당자들의 의견도 안맞는 기능을 만들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보여지는' 기능을 하나 만들어서 좋다는 피드백도 들어왔다. 어쨋든 영업사원들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보여줄 기능이 하나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실제로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부서에서는 영업사원의 성과를 위해서 불필요한 일을 하나 더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그 부서원 사람들이 불쌍했다. 안그래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그녀와 함께 업무를 진행하려는 그 때에 이러한 사례들이 왕왕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 신뢰를 잃어갔다. 이런 나의 생각과 달리 그녀는 점심시간마다 자신의 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그녀는 대화를 독점하기에 바빴고, 점심시간은 괴로운 시간이 되어갔다. 점점 나의 반응도 기계적이게 되고 그녀의 말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녀는 그런 내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에게 이상한 것으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기획자 중에서 갤럭시 쓰는 사람 처음 봐요"
"갤럭시 핏을 쓰시네. 애플워치 안쓰는 사람 처음봐요"
"(마우스를 가지러 간 나에게) 맥 처음 써보시나봐요."
이게 업무랑 연관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그녀는 나에게 업무외적인 것을 들먹이면서 자꾸 나를 까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업무에 있어서는 "회의때 이야기를 한마디도 안하는 사람은 싫다."며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교육하는 자리였음에도 내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며 나를 까내리기도 했다. 또 회의때 말이 없는 이유가 단순히 그 사람의 성과가 덜한사람이어서는 아니지 않는가? (회의때 발언을 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업무를 할때는 나에게 발언권을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가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나의 말을 다 끊고 자기 이야기를 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참 그 광경이 가관이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봤으면 대단하다고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부족해서 그녀를 설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리더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바르게 피드백을 주고 일을 되도록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그녀와 더이상 일을 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계속해서 나를 주눅들게 만들고 계속해서 내 입지를 좁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정말 '쌈닭'이었으며 나이 먹은 사람답지 않게 유치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르시시스트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녀가 단지 까다로운 사람인줄만 알았다. 업무를 하기 이전부터 그녀의 말습관이 거슬리지만 그것은 그녀의 취향이 까다롭기 때문이다라고 이해하려고 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특이한 사람임을 강조했고, 자신을 끊임없이 어필했다. 그리고 듣기 싫은 말은 원천 차단하며, 이것은 자기가 논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녀가 왜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모든 대화의 중심은 그녀 자신이었고, 타인의 말은 자신의 말에 비하면 항상 부차적인 것이었다. 또 그녀와 대화를 해보면서 느낀 것은 그녀는 관계를 수직적 구조 로만 이해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녀가 윗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말에 따르려고 늘 노력을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속에는 늘 자신이 위에 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을 따라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에 관련되어 있지 않은 모든 부분에서도 말이다.
또 하나, 그녀는 공감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내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텐데도 전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자극하는 방향으로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깎아내리고, 몰아세우고, 자신을 눈치보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팀워크를 말했지만, 실상은 자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배제의 대상 으로 간주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나는 그녀가 단순히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타인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 즉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녀와의 관계를 겪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다. 진짜 리더는 말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드러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는 나는 리더다 라고 외치지만, 결국에는 자신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나르시시스트 판별법 25가지
그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계를 설정하는 것 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상대방을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명확한 선이 없다면 끊임없이 침범해 들어온다. 그렇기에 관계 초반부터 여기까지는 아니다 라고 분명히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경계를 그녀가 계속 허물려고 시도했더라도, 나는 그 선을 분명히 그어야 했고, 지켰어야 했다. 결국,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더 중요한 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혹시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상대방이 나르시시스트이기 떄문이라면, 특히 더 본인의 경계 설정에 주의를 해야할 것 같다. 아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나르시시스트 판별법이다.
1. 과도하게 빠른 친밀감 형성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굴며, 과도한 칭찬과 친근감을 주입하려 한다.
2. 과장된 자기 자랑
타이밍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자기 성과, 인맥, 경력 등을 어필하며 우월감을 드러낸다.
3. 눈빛에 조롱 과 위악 이 담겨 있다
간파당할까 경계하는 듯한 눈빛, 얕보는 듯한 웃음기 있는 시선이 자주 보인다.
4. 공개석상과 사석에서의 태도 차이
사람들 앞에서는 친절하고 공손하지만, 1:1 상황에서는 무시하거나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5. 칭찬과 호의가 지나치게 과하다
호의나 칭찬이 진심이 아니라, 나를 조종하거나 호감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진다.
6. 나를 간보는 듯한 쎄함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나를 평가하고 분류하려는 묘한 직감. 이것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7. 거짓말이 너무 자연스럽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를 준다.
8. 너는 착하다 라는 말 뒤에 감정이 없다
감정 없는 칭찬, 칭찬 같지만 나를 깎아내리는 말투를 사용한다.
9. 표절이나 아이디어 가로채기
남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처럼 말하며, 공을 가로챈다.
10. 자기 자랑에 허풍 이 섞여 있다
실상과 다르게 부풀려 말하거나, 외형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예: 빚이 많은데 외제차, 명품 등).
11. 무리한 오버 리액션
감정 표현이 과도하거나 인위적이다. 진정성보다 연기처럼 느껴진다.
12. 소통이 불가능한 수직적 대화
평등하게 대화하지 않고, 항상 위-아래 서열을 나누고 지시하는 듯한 말투를 쓴다.
13. 비판에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방어적
가벼운 지적에도 과하게 반응하며, 공개석상에서 반박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14. 감정 공감 능력 부족
상황에 맞는 감정 반응이 없거나, 감정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친다.
15.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
감성적인 판단, 직관적 판단보다 스펙, 지위 등 외부 기준에 집착한다.
16. 사과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핑계를 대며 사과 자체를 거부한다.
17. 나는 괜찮은데 넌 왜 그래? 식의 내로남불
자신은 장난치지만, 타인의 똑같은 행동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18. 상대를 이용하는 친절
호의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목적이 숨어 있다. (ex. 부탁하지 않은 도움을 주고 되갚기를 기대함)
19. 보여지는 것에 집착
외모, 지위, 이미지를 철저히 관리하며, 선한 척 하는 것에 능숙하다.
20. 즉흥적인 우월감 과시
대화 도중 갑작스러운 우월감 표현( 내가 더 알아 , 그건 내가 먼저 해봤지 등).
21. 예의 없이 말 끊기, 무례한 언행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언어 습관이 반복된다.
22. 감정 표현을 따라 한다
진심으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주변의 반응을 보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23. 공감 능력을 가장한다
남들 앞에서는 공감하는 척 하지만, 실제론 관심이나 감정이 없다.
24. 감정을 정확히 느끼지 못한다
음악, 예술, 타인의 슬픔 등에 진짜 감동 을 느끼지 못하고, 남들의 반응을 흉내 낸다.
25. 자신이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모른다
자기 반성이 없으며,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한다.